2008년 11월 26일
왜 미쓰비시를 수입했을까?

미쓰비시가 이거 말고도 차를 만드는 회사라며??
일본은 자동차 대국이다. 도요타가 GM을 누르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메이커를 갖게 되었으며 생산량 면에서도 꾸준히 세계 두번째를 유지
하고 있다.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에 도요타와 혼다를 제외하고는 여기
저기 넘어가고, 지분이 찢기고 너저분하게 되었지만 그건 단지 일본만
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딱히 흠잡을 수도 없다.
덩치로 따졌을 때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은 누가 뭐래도 도요타이다.
그 밑으로 닛산, 혼다가 있고 또 그 밑으로는 기타등등이라고해도 무
방한 미쓰비시, 마쓰다, 스즈키, 다이하쓰, 스바루 등이 있다.
미쓰비시는 우리와 친숙한 존재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끈끈하기
그지없었던 현대와의 기술제휴 때문이다. 말이 좋아 기술제휴지 그
대로 들여왔다고해도 무방할 것이다. 갤로퍼, 산타모, 그랜져(XG이전)
,에쿠스 등 모델 라인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도 많았고, 4,6,8기통 엔진은
최근버전 이전까지는 미쓰비시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구식 파제로 베이스로 이렇게 오래 우려먹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현재는 굳이 순위를 따져보자면 현대가 미쓰비시의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뒷바퀴 굴림 섀시의 개발과 시기가 안좋기는
하지만 꽤 경쟁력있는 8기통 엔진의 개발, 그리고 국제시장에서의 위상
등을 따져봤을 때 그러한데 이는 현대의 놀라운 저력과 기술력 덕분
이라기 보다는 독과점을 누릴 뿐만 아니라 보호무역의 수호를 받는
내수시장이라는 든든한 밥줄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튼 국제시장에서 미쓰비시는 딱히 경쟁력이 있다거나 주목을
받는 위치의 기업이 아니다. 일본에서 몇 년 전 트럭의 치명적인
결함을 숨긴일 이후로 쭉 미끄러졌고, 다시 올라설만한 성장동력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일본이든 유럽이든 북미든 경쟁력이 치열한 시장에
놓여져 있는 기업이다.
콜트, 랜서, 갤랑, 아웃랜더, 파제로로 이어지는 그다지 매력없는
라인업에서 미쓰비시의 인기모델이라고 꼽을만한 것은 랜서에볼루션
이 있을 것이다. 만화의 영향인지는 몰라도스카이라인 GT-R과 함께
국내에서 과포장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자체만 두고 봤을때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준중형차를 베이스로 운동성능만을 위주로
거칠게 손질한 차량을 메이커에서 출시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기 때문
이다.
란에보의 탄생 배경에는 WRC가 있고, 여전히 이 레이싱의 후광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란에보가 WRC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꽤 오래전부터이다. 물론 경쟁차량이 기껏해봐야 임프프레자 뿐이
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경쟁자가 없고, 오랫동안 지녀온 유니크한
매력 또한 건재한 모델이기도하다.
미쓰비시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의문이 갔던 점은
바로 저런 사실에 기반해서였다. 미쓰비시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즈음에는 닛산과 스바루의 진출 소식또한 들려왔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엔 수입차 시장이 한창 성장하고 있을 때였고
혼다가 CR-V와 시빅, 어코드로 큰 재미를 보고 있을 때였다. 흐름을
타고 들어와서 재미 좀 보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뛰는 꼴이다. 혼다는 오토바이와 NSX 등으로
스포티한 이미지가 이미 각인되어 있는 브랜드이다. 또한 시빅과 어코드는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이며 혼다는 엔진과 서스펜션 등 운동
성능을 세팅하는 수준이 좋은 메이커이다. 특히 시빅과 CR-V는 저렴한
가격과 혼다에서 느낄 수 있는 운동성능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산차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의 틈새시장에서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는 '스포티함'은 혼다가 성공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일본 내수 북미 유럽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뚜렷이
두각을 나타내는 모델이 없다. 브랜드의 강한 매력이나 장점이 있지도
않다. 오직 란에보가 그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보기에 수동변속기부터
라인업을 다양하게 선보일 줄 알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게다가 운도
없지. 최악의 시기에 장사를 시작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높은 보호무역의 장벽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위치에서는 장사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국산차의 경쟁력이 높아
졌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수입차'라는 프리미엄만으로 장사를 하기에
고약해졌다는 것이다. 고급브랜드가 아니라면 국산 동급의 차량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요소는 브랜드의 가치와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는 '스포티함' 일 것이다.
폭스바겐은 그만의 브랜드 가치와 골프라는 이름, 그리고 좋은 디젤
엔진이 경쟁력을 갖게 한다. 푸조는 전통적으로 서스펜션 세팅에
능숙하며 유럽 브랜드 답게 디젤엔진이 좋다. 또한 푸조만의 독특한
디자인 역시 큰 매력이다.
이 중 미쓰비시가 갖춘 것은 무엇일까? 일본 업체는 내수 시장의
특성 때문에 디젤엔진을 다루는데 능숙하지 못하다. 미쓰비시가
스포티한 세팅에 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쓰비시
만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건담에서 따온 듯한
랜서의 주둥아리에 높은 프리미엄을 줄만한 당위성을 찾기는 어려
워 보인다.
더구나 이제 궁금함을 떠나서 슬픔이 느껴질만한 대목은 이클립스
에 있다. 4기통 앞바퀴 굴림 쿠페를 4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내놓았는데 제네시스 쿠페가 나왔다. 6기통 300마력 자동 6단 제네시스
쿠페 대신에 4기통 162마력 자동 5단 이클립스 쿠페 중 무엇을 고르
겠는가? 이클립스가 저 수치 이외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면 모를까
주변에서 혹 의뢰를 해온다고 해도 이클립스를 권하기는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병행수입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이클립스. 전모델은 크라이슬러와 함께 팔기도 했다.
미쓰비시를 들여온 대우자판은 꽤 큰 기업이다. 시장상황이
좋지않지만 여기서 주춤하면 사업 자체를 접게 될 것이기에
이클립스 이후로도 다양한 모델을 들여올 것이다. 소형모델을
들여올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파제로, 랜서, 갤랑 정도를
더 들여오지 않나 싶다. 랜서 스포츠 백은 좀 괜찮아 보이는데
일본업체가 한국 수출시 주로 미국 수출모델을 들여오기에
스포츠백이 들어올지는 의문이다.(스포츠백은 유럽홈피에
만 있다.)
미쓰비시 유럽과 북미 홈페이지를 보다가 갤랑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궁금해 하실 것 같으니 몇장 올려보겠다.
익숙한 궁뎅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앞모습. 잘 모르겠다고?

로체가 떠오르기도 하지 않은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차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벤츠와 BMW가 있는데 아우디는 왜 파냐 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차를 많이 팔아야만 재미
를 볼 수 있는 프리미엄과 국산차 틈새시장에서 미쓰비시가
얼마나 선방하는지 구경하는 것도, '갤랑'이 과연 들어올 것인지
들어온다면 '갤랑'이 몇대나 팔릴 것인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틀림없이 들여올 것 같은 랜서의 모습. 튜닝키트를 뺀 란에보X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 by | 2008/11/26 21:29 | 자동차 | 트랙백 | 덧글(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