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12일
꿈과 돈이 만나는 곳.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유독 꿈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꿈과 먹고 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을 찾아 고심하기 마련이다. 주변에,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 둘을 잘 조합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배가 아프다기 보다는
몹시 부러울 뿐이다. 수많은 뮤지션을 보며 그러했고, 수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보며
그렇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다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갖고 싶은 차'와 '갖게 되는 차'가 다르기 마련인데,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드림카'와 '많이 팔리는 차' 의 차이가 많이 벌어지게 된다. 자동차 매니아라면 누구나 생각할
법한 '현실적 드림카' 라는 단어야말로 이런 안타까움이 뭍어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현실적인 드림카. 봉고 더블캡 4WD. 미드십에 4륜구동에다 다섯명이 타니 R8이 부럽지 않다. ㅋ)
차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현실적 제약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폐쇄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갖게 되는 차'의 범주는 한국 기업 안에 있기마련이다. 밥공기에도 자동차가 그려져 있어야 만족하는
매니아나, 그냥 필요해서 여건에 맞춰 차를 사는 사람이나 모두 다 함께 아반떼를 구입하게 되는 상황은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만 파는 것 만큼이나 속 시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현기차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개발여건이 없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 속에서 매니아들의
현기차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나 옆나라에서 NSX, 수프라, 실비아, S2000 같은
모델들을 뽑아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니들도 뭐 좀 할때가 되지 않았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기업이란 투자를 하고 물건을 만들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기에, 특히나 덩치가 커질 수록 유연하거나
혹은 다소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에 쉽지가 않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자동차 기업이 그동안 그들을 키워준
내수 시장을 위해서 보은 모델을 내놓는 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수익성이 보장이 되지
않는 다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고, 더더욱 현기차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기업이다.
특히나 현기차는 과거 엔지니어링 주도 기업이었던 독일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시작부터 경영진 주도 기업이라는
점이 더더욱 그러하게 만들었다. 현기차는 처음 차를 만들 때부터 많이 팔릴 차 이외의 모험을 시도할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M3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나, 스카이라인, 혹은 NSX 등은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되었던
'허락받은 장난' 같은 작업이었다. 그런 장난을 하기에 현기차는 예나 지금이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더욱 키워나가기 바쁜 기업이다. 후발주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한된 소스 안에서 개발되었지만, 당시 경영진의 관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현대차는 유난히 모험을 회피하는 기업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드림카 스러운' 모델은
말이 스포츠카지, 따지고 보면 엘란트라 쿠페형 이었던 '스쿠프' 거나 후속모델로 나온 아반떼 쿠페형이었던
'티뷰론' 이었다. 오히려 독특한 행보는 로터스로부터 '엘란'을 들여온 기아와 미드십 스포츠카인
SSC-1 을 선보인 삼성모터스가 보여주었다.


(단지 쁘띠거니의 취향때문에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모터스가 더 오래 살아남았다면 진짜 저런차를 만들었을지도.)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드림카의 데뷔(?)'는 기업의 현실과 매니아의 꿈이 만나는 지점일 것이다.
먼 예로는 아우디 R8 과 닛산 GT-R이 있고, 가까운 예로는 도요타 MR-S나, 닛산 350Z 정도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실용적인 예로는 골프GTI 정도가 있다. 미드십, 뒷바퀴 굴림스포츠카, 핫해치, 경량스포츠카와 같은
단어들은 자동차 매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왔다! 하지만 딱히 네가 원해서 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얼추 '드림카'에 맞는 조건을 갖춘 녀석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물론 현대의 뒷바퀴 굴림은 FR의 우월한 드라이빙 능력을 원한 매니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고급차 개발에 맞춰서 나온 것이며, 제네시스 쿠페 또한 FR 스포츠카 매니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이미지 상승과 쿠페 라인업의 필요성에 맞춰서 나온 것이다.
국산차에서 디젤엔진이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과급기 엔진도 달고 있으며,
국산차 카탈로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단어인 브램보 브레이크, LSD 도 보인다.
스포츠쿠페 시장이 크지 않아서인지 가격도 제법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수출가격과 내수 가격 차이가 좀 있겠지만 논외로 하자.
물론 위에서 코를 한대 맞은 듯한 앞모습이나, 뒷창을 왜 저렇게 만들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크지도 않은 그릴에 크롬을 발라 코가 번들거리는 모습은 맘에 들지 않고, 다소 심심한
내부도 별로긴 하지만 곡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된 현대답게 차체는 잘 빠진 편이다.
절제된 직선을 좋아하는 매니아에겐 좀 과하게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홍대에서 로드쇼 하듯
색색별로 대여섯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350Z와 같은 모습을 내심 기대한
매니아들도 많겠지만, 제네시스라는 이름이 앞에 붙어있는 녀석을 그렇게 만들기는 어려웠지
싶다. 고급과 스포츠, 쉽게 말해 G37과 350Z를 동시에 아우르려는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의 이해관계와 매니아의 욕구가 맞아들어간 모델이 제네시스 쿠페라고 말하기엔 많은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악담 속에서도 많은 매니아들의 마음 속에는
2.0과급기 엔진에 LSD, 브램보 브레이크를 단 제네시스 쿠페를 '현실적 드림카'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기 전에 쿠페 한번 몰아보려는 뜨거운 심장의 자동차 매니아에게
그동안 아반떼 2도어는 부족하지 않았는가?
극심한 실물경제 위기가 자동차 업계를 덮친 마당에 현기차가 가슴 설랠만한 뉴스를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단지 상상을 해보자. 결혼하기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애가 태어나서
쿠페를 팔게 되었다. 그리고는 뭘로 바꿔야 되지?
좋은 외제차도 많지만 동급에 비해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고 서비스
센터도 많지 않다. 그럼 뭐?
비록 뒷바퀴 굴림용으로 손질했다고 하지만 저기 2.0과급기 엔진 하나가 있다. 이걸 i30나 포르테에
달아준다면 수치상으로는 GTI에 크게 꿀릴 것이 없다. 그동안 준중형 모델에 2.0 엔진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 컨셉이 모호했다. 튜너들이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이왕 큰 엔진 올린거, GTI와 같이 세팅도 달리
해준다면 더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북미수출모델이었던 V33을 잠시 팔았지만, 더 팔고 싶었다면 손질을 해보는건 어땠을까 생각한다.)
(포르쉐보다 보기 힘들다던 V33...)

(i30 2.0터보 직분사엔진 220마력 6단 수동 혹은 더블클러치 자동기어... 어때??)
제네시스를 출시하고 벤츠 E 클래스, BMW 5시리즈와 비교 시승행사를 하는 것을 보며 콧방귀를 뀌고
제네시스 쿠페 사진을 보고 '뭐여 저 똥덩어리같은 디자인은' 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재밌다고
느낀 점은 분명 몇 년 전엔 한국기업은 뒷바퀴 굴림 세단과 쿠페, V8 엔진은 언제 만들까?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 들여왔던 포텐샤, 오피러스, 프린스, 브로엄,체어맨 등 FR 세단이 있었고 에쿠스엔 미쯔비시
의 V8엔진이 올라가 있긴 하다.)
물론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들으라고 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나의 꿈이 이루어졌구나라고 말할
만큼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즐거워할만한 소식인 것은 틀림없다. 니콘 매니아가 니콘에서 풀프레임 DSLR이
드디어 나왔다는 기사를 본 기분과 비슷하다랄까.
그저 자동차 매니아로서 기업의 이해와 나의 소망이 자주 만나기를 기대할 뿐이다.
멋진 자동차의 등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준다.
# by | 2008/11/12 19:14 | 자동차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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