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람보르기니 선생

 주가 등락 여부를 떠나서 텔레비전을 오래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특히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이 집중되는 시간에 보고 있으
면 더더욱 그러하다. 좀비영화를 보며 밥을 먹는 것은 주변에서 보기
엔 괴악스러울지 모르나 나는 영화에서 좀비가 사람을 씹는 모습을
보며 밥을 잘도 씹어 삼킨다.

 헌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밥이 다 소화되어 대장에
있는 듯 아랫배가 묵직해도 소화불량이 느껴진다. 부조리한 것이 너
무 많고 정치는 맘에 안든다. 내가 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서 부
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는지 땅을 칠 노릇이다. 조금 덜 HOT한 사람이
되었다면 전처럼 축구와 자동차 뉴스만 보면서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동차 뉴스가 마냥 즐겁기만 하지는 않다. 당장 차를 살
만한 재력은 없되 머리 속에 꿈이 가득한 매니아에게 있어서 북극곰
의 생사여부를 떠나 '탄소 어쩌구' 하는 규제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
이다. 실상 개인 운송수단을 통한 탄소배출량은 탐욕스런 공장의 항
문에 비할 수가 없을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정장차려입고 청정 자동
차 기술, 하이브리드 운운하는거 보면 주먹감자를 던져주고 싶을 지경
이다.

 물론 나는 환경과 인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류애를 가슴 속에
품고 살고 있다. 하지만 적나라하게 말해서 내가 페라리의 가속 페달에
나의 오른발을 얹어보기도 전에 페라리가 사라져버린다거나 한떨기
가냘픈 4기통 터보엔진을 얹게 되어버린다면 너무 억울하다. 뜨거운 말
레이시아에서 던져 버린 람보를 아우디가 주웠을 때 나는 환소성을
질렀다. 포르쉐가 카이엔을 팔아 돈이 많다는 소식에 내가 좀 더 나이를
먹고 철이 덜 들었을 때도 멀쩡한 포르쉐가 나오겠다는 희망에 기뻤다.
부가티를 굳이 되살려 변태같은 차를 만들었을 때도 고마울 노릇이었
다. 고집스레 파가니존다를 만든 양반은 내게 있어 선구자와 같은 존재
이다. 내게 세상은 살만하다고 알려준 양반은 스티브 잡스나 버락 오바
마가 아니라 파가니 존다를 만든 아르헨티나 출신 할배다. 

 얼마전 파리모터쇼에서 람보르기니 에스토크 목업모델이 선을 보였
다. 아우디에 인수된 이후로 승승장구를 해온 이 야심찬 기업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절망적인 선언을 했다. 에스토크에는 V10엔진 외에도
V8하이브리드 혹은 V8 디젤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게 왠 개소리야? 저놈 당장 안짤라?

 물론 수퍼카는 항상 당대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지는 차다. 아우디는
훌륭한 디젤엔진으로 르망을 몇회 연속으로 해먹고 있다. 내년 F1부터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쓴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최신 기술. 좋은 말이다.

 이 빌어먹을 최신기술 람보르기니 에스토크 운전석에 앉아서
5000rpm에서 레드라인이 시작되는 타코미터를 바라보면서
운전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시동을 걸면 고급스럽게 정제된
포터소리를 들으며 예열을 시킨 후 중후한 배기음과 함께
출발 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레드라인은 5000rpm부터 시작
되며 뒤에 캠핑카를 끌 수 있는 짜릿한 토크를 느끼며 코너를
돌 수 있다. 연비는 리터당 10km라는 수퍼카에서 상상할 수
없는 연비가 나올 것이며 나는 기름값을 아낄 수 있음에 굉장
히 흡족해하며 그녀를 만나러 갈 수 있다. 엔진이 다소 무거워
노즈가 둔하겠지만 도로를 뜯어내는 듯한 스카니아트럭에서
나 느낄 수 있는 화끈한 힘을 느끼며 운전할 수 있다. 

 지구를 사랑한다면 다른 조합을 선택할 수도 있다. 바로 V8
엔진과 트렁크의 리튬이온 배터리와 모터가 연결된 하이브리
드 에스토크. 도요타 프리우스에서 느낄 수 있는 최첨단 기술
을 에스토크의 계기판에서도 확인하며 달릴 수 있다. 시내 
주행을 할때에는 시속 80km까지 모터만으로도 달릴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나니 난 너무 억울하다. 내가 왜? 80년대
에 태어났다는 이유하나만으로 포터 소리를 내는 람보를 타야
되는 것인가? 람보가 이러는데 다른 기업들은 딱히 뭐 다르겠
는가? 디젤 페라리, 하이브리드 페라리 다 끔찍하다. 디젤 수평
대항6기통 포르쉐 911? 911커먼레일터보? 아아아.. 페라리레드
로 치장한 8기통 페라리를 끌고 주유소가서 이차엔 디젤을 
넣어주세요라고 말해야 된다고?

 행여나 꿈에서라도 친환경을 뜻하는 푸른색으로 가득차있고
펼쳐보니 옵션 엔진 목록에 디젤과 하이브리드가 빼곡히 박혀
있는 람보르기니 브로셔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보게
될까 참으로 두렵다. 아니, 차라리 그런 시대가 도래한다면 
나는 모든걸 털고 나의 드림카인 6인승 미드십디젤엔진 4WD
인 봉고 더블캡 4WD를 구매할 것이다.
 
 

by 흑표범 | 2008/11/29 00:03 | 트랙백

왜 미쓰비시를 수입했을까?

 
                                   

















미쓰비시가 이거 말고도 차를 만드는 회사라며??



 
 일본은 자동차 대국이다. 도요타가 GM을 누르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메이커를 갖게 되었으며 생산량 면에서도 꾸준히 세계 두번째를 유지
하고 있다. 버블경제의 붕괴 이후에 도요타와 혼다를 제외하고는 여기
저기 넘어가고, 지분이 찢기고 너저분하게 되었지만 그건 단지 일본만
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딱히 흠잡을 수도 없다.

 덩치로 따졌을 때 일본 최대 자동차 기업은 누가 뭐래도 도요타이다.
그 밑으로 닛산, 혼다가 있고 또 그 밑으로는 기타등등이라고해도 무
방한 미쓰비시, 마쓰다, 스즈키, 다이하쓰, 스바루 등이 있다.

 미쓰비시는 우리와 친숙한 존재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끈끈하기
그지없었던 현대와의 기술제휴 때문이다. 말이 좋아 기술제휴지 그
대로 들여왔다고해도 무방할 것이다. 갤로퍼, 산타모, 그랜져(XG이전)
,에쿠스 등 모델 라인을 그대로 가져온 경우도 많았고, 4,6,8기통 엔진은
최근버전 이전까지는 미쓰비시에서 가져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구식 파제로 베이스로 이렇게 오래 우려먹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현재는 굳이 순위를 따져보자면 현대가 미쓰비시의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뒷바퀴 굴림 섀시의 개발과 시기가 안좋기는
하지만 꽤 경쟁력있는 8기통 엔진의 개발, 그리고 국제시장에서의 위상
등을 따져봤을 때 그러한데 이는 현대의 놀라운 저력과 기술력 덕분
이라기 보다는 독과점을 누릴 뿐만 아니라 보호무역의 수호를 받는
내수시장이라는 든든한 밥줄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여튼 국제시장에서 미쓰비시는 딱히 경쟁력이 있다거나 주목을
받는 위치의 기업이 아니다. 일본에서 몇 년 전 트럭의 치명적인
결함을 숨긴일 이후로 쭉 미끄러졌고, 다시 올라설만한 성장동력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일본이든 유럽이든 북미든 경쟁력이 치열한 시장에
놓여져 있는 기업이다. 

 콜트, 랜서, 갤랑, 아웃랜더, 파제로로 이어지는 그다지 매력없는
라인업에서 미쓰비시의 인기모델이라고 꼽을만한 것은 랜서에볼루션
이 있을 것이다. 만화의 영향인지는 몰라도스카이라인 GT-R과 함께
국내에서 과포장된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자체만 두고 봤을때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준중형차를 베이스로 운동성능만을 위주로
거칠게 손질한 차량을 메이커에서 출시하는 경우는 보기 힘들기 때문
이다. 

 란에보의 탄생 배경에는 WRC가 있고, 여전히 이 레이싱의 후광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란에보가 WRC에 출전하지 않은 것은
꽤 오래전부터이다. 물론 경쟁차량이 기껏해봐야 임프프레자 뿐이
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경쟁자가 없고, 오랫동안 지녀온 유니크한
매력 또한 건재한 모델이기도하다. 

 미쓰비시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의문이 갔던 점은
바로 저런 사실에 기반해서였다. 미쓰비시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즈음에는 닛산과 스바루의 진출 소식또한 들려왔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엔 수입차 시장이 한창 성장하고 있을 때였고
혼다가 CR-V와 시빅, 어코드로 큰 재미를 보고 있을 때였다. 흐름을
타고 들어와서 재미 좀 보고 싶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숭어가 뛰니 망둥어도 뛰는 꼴이다. 혼다는 오토바이와 NSX 등으로
스포티한 이미지가 이미 각인되어 있는 브랜드이다. 또한 시빅과 어코드는
유럽과 북미시장에서 검증된 모델이며 혼다는 엔진과 서스펜션 등 운동
성능을 세팅하는 수준이 좋은 메이커이다. 특히 시빅과 CR-V는 저렴한
가격과 혼다에서 느낄 수 있는 운동성능이 판매에 큰 영향을 미쳤다. 
국산차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사이의 틈새시장에서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는 '스포티함'은 혼다가 성공하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쓰비시는 일본 내수 북미 유럽 등 그 어느 곳에서도 뚜렷이
두각을 나타내는 모델이 없다. 브랜드의 강한 매력이나 장점이 있지도
않다. 오직 란에보가 그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보기에 수동변속기부터
라인업을 다양하게 선보일 줄 알았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게다가 운도 
없지. 최악의 시기에 장사를 시작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높은 보호무역의 장벽 때문에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위치에서는 장사하기가 어려운 곳이다. 국산차의 경쟁력이 높아
졌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수입차'라는 프리미엄만으로 장사를 하기에
고약해졌다는 것이다. 고급브랜드가 아니라면 국산 동급의 차량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요소는 브랜드의 가치와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는 '스포티함' 일 것이다. 
 
 폭스바겐은 그만의 브랜드 가치와 골프라는 이름, 그리고 좋은 디젤
엔진이 경쟁력을 갖게 한다. 푸조는 전통적으로 서스펜션 세팅에 
능숙하며 유럽 브랜드 답게 디젤엔진이 좋다. 또한 푸조만의 독특한
디자인 역시 큰 매력이다. 

 이 중 미쓰비시가 갖춘 것은 무엇일까? 일본 업체는 내수 시장의 
특성 때문에 디젤엔진을 다루는데 능숙하지 못하다. 미쓰비시가 
스포티한 세팅에 능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쓰비시
만의 독특한 디자인 언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건담에서 따온 듯한
랜서의 주둥아리에 높은 프리미엄을 줄만한 당위성을 찾기는 어려
워 보인다. 

 더구나 이제 궁금함을 떠나서 슬픔이 느껴질만한 대목은 이클립스
에 있다. 4기통 앞바퀴 굴림 쿠페를 4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내놓았는데 제네시스 쿠페가 나왔다. 6기통 300마력 자동 6단 제네시스
쿠페 대신에 4기통 162마력 자동 5단 이클립스 쿠페 중 무엇을 고르
겠는가? 이클립스가 저 수치 이외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면 모를까
주변에서 혹 의뢰를 해온다고 해도 이클립스를 권하기는 누구라도
쉽지 않을 것이다. 


                               










병행수입으로도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이클립스. 전모델은 크라이슬러와 함께 팔기도 했다. 

 
 미쓰비시를 들여온 대우자판은 꽤 큰 기업이다. 시장상황이 
좋지않지만 여기서 주춤하면 사업 자체를 접게 될 것이기에
이클립스 이후로도 다양한 모델을 들여올 것이다. 소형모델을
들여올 것 같지는 않고, 아마도 파제로, 랜서, 갤랑 정도를 
더 들여오지 않나 싶다. 랜서 스포츠 백은 좀 괜찮아 보이는데
일본업체가 한국 수출시 주로 미국 수출모델을 들여오기에
스포츠백이 들어올지는 의문이다.(스포츠백은 유럽홈피에
만 있다.)  

 미쓰비시 유럽과 북미 홈페이지를 보다가 갤랑 사진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궁금해 하실 것 같으니 몇장 올려보겠다. 

                         












익숙한 궁뎅이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앞모습. 잘 모르겠다고?


                                                                                       













로체가 떠오르기도 하지 않은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차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벤츠와 BMW가 있는데 아우디는 왜 파냐 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차를 많이 팔아야만 재미
를 볼 수 있는 프리미엄과 국산차 틈새시장에서 미쓰비시가
얼마나 선방하는지 구경하는 것도, '갤랑'이 과연 들어올 것인지
들어온다면 '갤랑'이 몇대나 팔릴 것인지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틀림없이 들여올 것 같은 랜서의 모습. 튜닝키트를 뺀 란에보X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by 흑표범 | 2008/11/26 21:29 | 자동차 | 트랙백 | 덧글(4)

도토리 키를 재봐라

 한 달에 자동차 잡지를 네권을 보는데 그 중 한권만이
'한국잡지' 이다. 다른 세권은 '한국 버전' 이다. 이 '한국 버전'
잡지들을 읽고 있노라면 짜증이 나기도 하면서 부럽기도 한 점이
있는데, 비교 시승기이다.

 물론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를 줄줄이 끌고 와서 비교시승을
하는 것은 부럽고 재미있기만 하다. 짜증이 나는 것은 실용차 비교
시승기라고 할까. 이를테면 소형차, 준중형차, 중형차 시승기 같은
것 말이다. 잡지를 오래 보다보니 감각이 무뎌져서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 비교시승도 지루하기 그지없다.

 짜증이 나는 이유는 두가지다. 하나는 전혀 궁금하지도 않은 정보라는
점이다.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 한해서 한국 시장에 적용이 되는 부분도
있는데 미미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서 포르테 급에 속하는 C 세그먼트
비교 시승에 푸조 308 hdi 와 골프 tdi가 나왔다 한들 풀옵션에 오토매틱에
되는대로 고급스럽게 치장해서 팔리는 한국시장에선 큰 의미가 없는
기사라는 것이다. 미국 똥차와 일본 심심이 차들의 비교시승은 돈주고
산 잡지임에도 속독하며 넘어가는 것이 다반사이다.

 두번째는 기사 빈도가 잦다는 것이다. 같은 모델이어도 엔진라인업이 다양하기에
그렇다. 한국 시장엔 더더욱이 적용이 안되는 것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모델들은
독일산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하곤 가장 큰 휘발유, 가장 큰 디젤, 이렇게 두종류
를 수입한다. 역시 풀옵션이니 기사에서 궁금증을 풀기는 커녕 협소한 한국
시장에 울화통이 터질뿐이다. 

 제휴잡지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럼 왜 부러울까?

 비교 시승이 그렇게 자주,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 그 문화가 부러운 것이다.
분명 한국에서 나오는 잡지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차 시승기는 뭔가 새로운
것이 나왔을 때 한번 덜렁 나오고 끝이다. 심지어 기자들은 모든 모델을
타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냥 시승기도 보기 힘든데 비교 시승은
사치다.

 재미있는 점은 기사를 꾸준히 보다보면 가끔 기자들이 불만을
토로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차가 출시된 시기에는 시승차가 없다고 안주고
신상기운이 좀 빠질때쯤 어디서 비리비리한 시승차를 건네준다고.
그나마도 구미에 맞는 시승차를 주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
푸대접을 받았으면 펜끝이 날카롭기 이를데없는 잡지사 기자들이
신랄하게 까줄 것 같은데, 참 기사를 곱게도 써준다. 심지어 옹호하며
감싸주기까지 한다. 

 참 의외라고 생각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독과점 시장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보호무역의 수호를 받고 있다. 비판을 아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반떼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했다고 소비자가 골프를 사러 가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자동차 잡지는 취미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만,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현명한 소비에 도움이 되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 모 잡지처럼 차에
온갖 측정장비를 휘감고 데이터를 도출하는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지 비교시승이라도
좀 많았으면 좋겠다. 

 사실 비교시승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1.4리터 엔진의 소형차를 모조리 비교할 수도 있고, 
1.4리터 오토매틱 소형차를 비교할 수도 있다. 디젤엔진도 있다. 소형 해치백만 모아서 할 
수도 있다. 중형차는 엔진이 더더욱 다양하다. 그리고 특히 난 대형차 비교 시승을 단 한번도
본 기억이 없다. 

 차가 새로 출시가 되고, 이걸 몰고 북악스카이웨이나 파주 가는 길 왔다 갔다 하면서 사진 찍고
몇장 기사 나오는게 전부이다. 포르테는 파가니존다 F가 아니다. 마치 넷북을 고르 듯 경쟁 모델이
분명히 존재하는 클래스의 모델이다. 아반떼와 포르테 라세티와 쉰내나는 SM3의 비교시승을
본 기억이 있는가? 여기에는 심지어 i30와 소울도 껴 넣을 수 있다. 준중형 비교시승은 롱텀테스트
감이다. 신랄하게 깔 수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중고매물만 잘 이용하면 이놈저놈 바꿔가며 쓸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CAR CLUB 
장터매복을 하며 이차 저차 몰아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강남역 2번출구에서 직접만나 확인하고
교환할 수 있는가? 자동차를?  

 난 이게 잡지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승차를 내주지 않는 메이커 문제가 있을
것이다. 비교시승을 한다면 더더욱 안줄지도 모를일이다. 한국 자동차 잡지 기자는 대기업 자동차
홍보실에서 굉장히 푸대접을 받는 것 같다. 안타깝다. 정성스럽게 대하지 않아도 팔릴 차는
팔린다는 생각일까? 독과점 시장에서 그만한 똥배짱은 있을 법도 하다. 배가 부르면 달릴 필요가
없다. 

 수입차 비교시승도 보기 힘들다. 신랄한 비교시승은 소비자가 구태여 이 딜러 저 딜러
찾아다니면서 차를 몰아보는 수고를 덜어줄 수도 있다. 적절한 비교컨텐츠는 잡지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홀딱 벗은 레이싱걸을 실을 수 없다면 저것이
훨씬 경쟁력 있게 느껴지지않는가? 

 아름다운 자동차 사진도 좋지만 기사 자체의 정보제공이 그 이상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교시승이 난무하여 피가 난무하는, 아니 기름이 난무하는 잡지를 보게되었으면 좋겠다.
해외 라운드 말고, 국내 라운드 말이다. 국내기업과 수입차 기업 홍보실에서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포샵 덩어리에 기름진 브로셔보다 기름이 난무하는 처절한 비교시승기가 홍보에 더욱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차에 자신이 있다면.

 


by 흑표범 | 2008/11/25 20:37 | 자동차 | 트랙백 | 덧글(5)

꿈과 돈이 만나는 곳.

 꿈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유독 꿈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꿈과 먹고 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법을 찾아 고심하기 마련이다. 주변에, 혹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이 둘을 잘 조합하며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배가 아프다기 보다는
몹시 부러울 뿐이다. 수많은 뮤지션을 보며 그러했고, 수많은 자동차 디자이너를 보며
그렇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

 누구에게나 드림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이것이 다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여러
현실적 제약 때문에 '갖고 싶은 차'와 '갖게 되는 차'가 다르기 마련인데, 이러한 차이로 인하여
'드림카'와 '많이 팔리는 차' 의 차이가 많이 벌어지게 된다. 자동차 매니아라면 누구나 생각할
법한 '현실적 드림카' 라는 단어야말로 이런 안타까움이 뭍어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 




 

















(본인의 현실적인 드림카. 봉고 더블캡 4WD. 미드십에 4륜구동에다 다섯명이 타니 R8이 부럽지 않다. ㅋ)


차를 구입하는데 있어서 현실적 제약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폐쇄적인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갖게 되는 차'의 범주는 한국 기업 안에 있기마련이다. 밥공기에도 자동차가 그려져 있어야 만족하는
매니아나, 그냥 필요해서 여건에 맞춰 차를 사는 사람이나 모두 다 함께 아반떼를 구입하게 되는 상황은
롯데리아에서 새우버거만 파는 것 만큼이나 속 시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현기차를 제외하고는 자유로운 개발여건이 없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실 속에서 매니아들의
현기차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는 당연한 것이다. 특히나 옆나라에서 NSX, 수프라, 실비아, S2000 같은
모델들을 뽑아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니들도 뭐 좀 할때가 되지 않았냐'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기업이란 투자를 하고 물건을 만들어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기에, 특히나 덩치가 커질 수록 유연하거나
혹은 다소 훈훈한 모습을 보이기에 쉽지가 않다. 다시 말해 하나의 자동차 기업이 그동안 그들을 키워준
내수 시장을 위해서 보은 모델을 내놓는 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수익성이 보장이 되지
않는 다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고, 더더욱 현기차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기업이다.

 특히나 현기차는 과거 엔지니어링 주도 기업이었던 독일이나 일본과는 다르게 시작부터 경영진 주도 기업이라는
점이 더더욱 그러하게 만들었다. 현기차는 처음 차를 만들 때부터 많이 팔릴 차 이외의 모험을 시도할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었던 것이다. M3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나, 스카이라인, 혹은 NSX 등은 엔지니어들이 주축이 되었던
'허락받은 장난' 같은 작업이었다. 그런 장난을 하기에 현기차는 예나 지금이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더욱 키워나가기 바쁜 기업이다. 후발주자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제한된 소스 안에서 개발되었지만, 당시 경영진의 관여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때문에 현대차는 유난히 모험을 회피하는 기업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드림카 스러운' 모델은
말이 스포츠카지, 따지고 보면 엘란트라 쿠페형 이었던 '스쿠프' 거나 후속모델로 나온 아반떼 쿠페형이었던
'티뷰론' 이었다. 오히려 독특한 행보는 로터스로부터 '엘란'을 들여온 기아와 미드십 스포츠카인
SSC-1 을 선보인 삼성모터스가 보여주었다. 

 (알루미늄 섀시와 FRP보디를 수작업으로 만든 엘란은 앞으로 더 오랜 세월동안 '특이한 한국차'로 남을 것이다.)
 (단지 쁘띠거니의 취향때문에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삼성모터스가 더 오래 살아남았다면 진짜 저런차를 만들었을지도.)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드림카의 데뷔(?)'는 기업의 현실과 매니아의 꿈이 만나는 지점일 것이다. 
먼 예로는 아우디 R8 과 닛산 GT-R이 있고, 가까운 예로는 도요타 MR-S나, 닛산 350Z 정도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실용적인 예로는 골프GTI 정도가 있다. 미드십, 뒷바퀴 굴림스포츠카, 핫해치, 경량스포츠카와 같은
단어들은 자동차 매니아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는가?






 


 











(그래서 내가 왔다! 하지만 딱히 네가 원해서 온 것은 아니다!)

 그렇다. 꼭 들어맞지는 않지만 얼추 '드림카'에 맞는 조건을 갖춘 녀석이 드디어 나온 것이다.
물론 현대의 뒷바퀴 굴림은 FR의 우월한 드라이빙 능력을 원한 매니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고급차 개발에 맞춰서 나온 것이며, 제네시스 쿠페 또한 FR 스포츠카 매니아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차의 이미지 상승과 쿠페 라인업의 필요성에 맞춰서 나온 것이다. 

 국산차에서 디젤엔진이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과급기 엔진도 달고 있으며,
국산차 카탈로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단어인 브램보 브레이크, LSD 도 보인다.
스포츠쿠페 시장이 크지 않아서인지 가격도 제법 괜찮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국 수출가격과 내수 가격 차이가 좀 있겠지만 논외로 하자.

 물론 위에서 코를 한대 맞은 듯한 앞모습이나, 뒷창을 왜 저렇게 만들었나 궁금하기도 하고,
크지도 않은 그릴에 크롬을 발라 코가 번들거리는 모습은 맘에 들지 않고, 다소 심심한
내부도 별로긴 하지만 곡선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게 된 현대답게 차체는 잘 빠진 편이다.
절제된 직선을 좋아하는 매니아에겐 좀 과하게 느껴지기는 하겠지만 홍대에서 로드쇼 하듯
색색별로 대여섯대가 지나가는 것을 보니 괜찮아 보였다. 350Z와 같은 모습을 내심 기대한
매니아들도 많겠지만, 제네시스라는 이름이 앞에 붙어있는 녀석을 그렇게 만들기는 어려웠지
싶다. 고급과 스포츠, 쉽게 말해 G37과 350Z를 동시에 아우르려는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현대의 이해관계와 매니아의 욕구가 맞아들어간 모델이 제네시스 쿠페라고 말하기엔 많은
이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많은 악담 속에서도 많은 매니아들의 마음 속에는
2.0과급기 엔진에 LSD, 브램보 브레이크를 단 제네시스 쿠페를 '현실적 드림카'로 간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결혼하기 전에 쿠페 한번 몰아보려는 뜨거운 심장의 자동차 매니아에게
그동안 아반떼 2도어는 부족하지 않았는가?

 극심한 실물경제 위기가 자동차 업계를 덮친 마당에 현기차가 가슴 설랠만한 뉴스를 내놓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단지 상상을 해보자. 결혼하기까지는 어떻게 버텼는데 애가 태어나서
쿠페를 팔게 되었다. 그리고는 뭘로 바꿔야 되지?

 좋은 외제차도 많지만 동급에 비해 지출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유지비도 만만치 않고 서비스
센터도 많지 않다. 그럼 뭐?

 비록 뒷바퀴 굴림용으로 손질했다고 하지만 저기 2.0과급기 엔진 하나가 있다. 이걸 i30나 포르테에
달아준다면 수치상으로는 GTI에 크게 꿀릴 것이 없다. 그동안 준중형 모델에 2.0 엔진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 컨셉이 모호했다. 튜너들이 좋아했다고는 하지만 이왕 큰 엔진 올린거, GTI와 같이 세팅도 달리
해준다면 더 매력이 있지 않나 싶다.
(북미수출모델이었던 V33을 잠시 팔았지만, 더 팔고 싶었다면 손질을 해보는건 어땠을까 생각한다.)
(포르쉐보다 보기 힘들다던 V33...)






















(i30 2.0터보 직분사엔진 220마력 6단 수동 혹은 더블클러치 자동기어... 어때??)



 제네시스를 출시하고 벤츠 E 클래스, BMW 5시리즈와 비교 시승행사를 하는 것을 보며 콧방귀를 뀌고
제네시스 쿠페 사진을 보고 '뭐여 저 똥덩어리같은 디자인은' 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다. 뒤늦게 재밌다고
느낀 점은 분명 몇 년 전엔 한국기업은 뒷바퀴 굴림 세단과 쿠페, V8 엔진은 언제 만들까?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에서 들여왔던 포텐샤, 오피러스, 프린스, 브로엄,체어맨 등 FR 세단이 있었고 에쿠스엔 미쯔비시
의 V8엔진이 올라가 있긴 하다.)

 물론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만들으라고 해서 만든 것도 아니고, 나의 꿈이 이루어졌구나라고 말할
만큼 거창한 것도 아니지만 즐거워할만한 소식인 것은 틀림없다. 니콘 매니아가 니콘에서 풀프레임 DSLR이
드디어 나왔다는 기사를 본 기분과 비슷하다랄까.

 그저 자동차 매니아로서 기업의 이해와 나의 소망이 자주 만나기를 기대할 뿐이다. 
멋진 자동차의 등장은 그 존재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준다.

by 흑표범 | 2008/11/12 19:14 | 자동차 | 트랙백 | 덧글(3)

빅쓰리와 픽업트럭

 컴퓨터를 천리안 채팅 단말기 혹은 게임기의 용도로만 사용하던 시절 연말이 되면
카비전에 꼭 실리는 기사가 있었다. 한국, 미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판매 순위가 그것이었는데
각 나라 자동차 문화의 특징이 드러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거리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자동차 판매순위의 1위에는 항상 소나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5위 안에 꼭 아반떼가
들어가있다. 아주 특별히 경제가 어려웠던 해를 제외하곤 5위권 안은 중형차와 준중형차가 각축을
벌이는 모습이 매년 반복이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레도스와 프린스가 분발 했던 때가 지난
이후로는 현대차가 다 해먹지 않았나 싶다.

 자동차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알겠지만, 일본의 자동차 판매순위에는 귀여운 경차들이
올망졸망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진을 보다보면 소형차가 커보일 지경이다. 유럽차의 판매
순위에서는 골프급의 차와, 그보다 조금 작은 푸조 207급의 차들이 순위권에 들어가 있었다.

 참으로 신기했던 시장은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픽업트럭이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픽업트럭과 승용차 순위가 따로 되어 있었는데, 승용차 판매 1위의 판매대수가 픽업트럭 3위보다
적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위의 판매대수는 독보적이다. 그 1위는 항상 포드 F-150 이었다.



















미국의 소나타(?) F-150


 당시 미국 승용차 판매 1위는 도요타 캠리였다. 2위는 혼다 어코드였고, 아마 3위가 되어서야
미국차인 포드 토러스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나마 토러스는 주로 관용차나 렌탈업체 등이
구매하고 개인구매자는 많지 않다는 분석을 봤던 기억이 난다. 

 한창 그런 시기에 모터트렌드 한국판이 나와서 구매를 하게 되었다. 미국 잡지인 만큼 미국차들이
많이 나왔는데, 처음에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픽업트럭이 무척 자주 기사화되었기 때문이다.
길이가 5미터에 가깝고 무게는 2톤이 넘으며 8기통 엔진에 기름을 게걸스럽게 먹어대는 차를
그렇게 많이 타고 다닌 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비상식적인 그 차들은 매일 타는 실용품이라기 보다는
드림카에 가까워보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규모였다. 총액기준인지, 매출액 기준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GM이 잘나갈때는 전세계 기업 1위였다. 모든 산업을 통틀어서. 2위가 GE, 3위가 포드였나
... 그랬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리고 당시 GM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디비전을 소유하고 있었다. 
시보레, 올즈모빌, 폰티액, 뷰익, 캐딜락, GMC, 허머, 새턴, 독일의 오펠, 영국의 복스홀, 호주의 홀덴
당시에는 대우와 사브는 사기 전이므로, 대략 기억나는 것만 저정도였다. 포드 역시 머큐리와 링컨, 유럽포드
가 있었고, 크라이슬러에도 폴리머스, 지프, 닷지를 소유하고 있었고, 한때 람보르기니도 그들의 것이었다. 

  




















(크라이슬러의 입김으로 간디니가 디아블로의 디자인을 둥글게 손질했다는 말에 몹시 마음이 아팠다.)
(기술의 아우디 밑에서 단물 마시며 자라고 있지만 한때 크라이슬러의 밑에도 있었다.)


 한가지 의문이 있었는데, 규모 면에서는 세계 어느 자동차기업보다 우위에 있는 빅쓰리의
자동차 만드는 실력은 영 꽝이었다는 점이다. 유럽 디비전은 별개로 하자. 이미 일본 기업이
정복해버린 승용차 시장에 투자를 하기 싫었는지, 빅쓰리의 승용차 부문은 사진으로만 봐도
한숨이 절로 나올지경이었으며, 미국의 저널리스트들도 독설을 퍼붓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많은 디비전들이 플랫폼을 공유하면서 모델의 다각화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후진차를 서로
다르게 후지게 만들어서, 모델 라인업을 우격다짐으로 채워넣는 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가 작아질 수록, 그 한심한 수준은 극에 달했다. 온몸으로 저렴한 기운을 내품고 있다랄까. 

 그렇다고 픽업트럭의 품질 역시 딱히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미국 브랜드만이
만들고 팔 수 있는 차였기에 높은 기술력이나 조립품질 등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형 OHV엔진과
프레임 구조를 이용한 차체, 태생 자체가 높은 드라이빙 품질을 요하는 모델이 아니었다. 세계의 메이커들이
들어와서 경쟁하는 미국시장이지만, 픽업시장만큼은 빅쓰리만의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픽업트럭은
빅쓰리에게 돈을 벌어다 주었지만, 자동차 개발 능력을 주지는 않았다. 

 또한 빅쓰리의 거대한 덩치는 경쟁력의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많은 디비전이 있기에 많은 라인업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차종을 다각화하여 생산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많은 재고를 떠안게 되었던 것이다.
품질이 좋은 일본 메이커는 물론이고 저렴하고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한국 메이커와도 경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마진이 큰 라인업이 아니었기에 소홀했던 탓이었다. 빅쓰리의 승용라인업은 구색맞추기로 보일 지경이었다.
야심차게 개발을 해봤지만, 경쟁은 빡빡하기 그지 없었고, 이미 그런 시장에서 경쟁을 해 온 메이커와 직접 대결을
하기에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이후였다. 많은 재고는 결국 빅쓰리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물론 빅쓰리가 트럭만 팔아서 돈을 벌고 기술이 한심한 회사는 아니다. GM은 처음으로 전기차를 상용화 하였으며
도요타보다 먼저 하이브리드를 만들 수도 있었다. 유럽 포드는 빡빡하기 그지 없는 유럽시장에서 폭스바겐, 푸조, 르노
등 쟁쟁한 기업들과 경쟁을 하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편안한 안방처럼 생각되었던 픽업트럭 시장이
고유가, 환경, 경제난으로 전처럼 편안하지가 않을 뿐더러, 방치 해놓은 다른 방들은 이미 전소해버렸고, 이제 집 전체가
타고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안방에서 세상모르게 너무 편하게 쉬어버린 것이다. 

 픽업시장이라는 확실한 수입원이 결국엔 빅쓰리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픽업트럭은 미국을 벗어나면 거대한 트럭일
뿐이다. 마진이 적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유로 빅쓰리가 외면한 시장에서 일본과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키울 수 있었고,
지금 빅쓰리는 그 시장을 외면한 대가를 비싸게 치루고 있다.

 금융기업과는 다르게 수많은 노동자들과 정치적 경제적 관계가 얽혀있는 빅쓰리가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가까운 시일 내에 결국 10개의 자동차 기업만이 남게 될 것이라고 했을때, 빅쓰리 스스로는 
그 밖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빅쓰리는 인수할 매력조차 없는 상태이다.
다소 황당한 상상이지만, 몇 년 뒤 빅쓰리 중 하나는 소형 픽업전문 브랜드가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합병이 되던, 미국 정부의 링겔을 맞고 살아나던지 간에 엄청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몇 년 뒤 어떻게든 지금의 위기를 넘겼다면, 그때도 픽업트럭을 부지런히 찍어내고 있을지 참 궁금하다.  



















(이걸 살까 캠리를 살까?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가?)


by 흑표범 | 2008/11/12 01:03 | 자동차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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